서울에 백숙집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중 서울 다산동의 처갓집 백숙집은 그나마 아늑하고 고전해서 여름철 동네 놀러 나간 입맛에 백숙의 부드러운 맛을 들여놓기에 이 집의 분위기는 아주 좋습니다. 다산동 처갓집(신당동 혹은 약수역 처갓집으로 통합니다) 이 집은 시골집 분위기를 내며 마당과 마루를 갖추고 있어서 살림집 같기도 합니다.
살림집 가구를 들여놓은 방(마당에도 테이블이 있습니다)에 앉아 백숙을 먹으면 푸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받아 편안하게 백숙을 먹을 수 있죠. 우선 첫걸음에 들어간 처갓집 백숙은 큰 간판이 없어 일반 시골 가정집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몸보신을 제대로 하려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한몫해야 합니다. 그래서 갈팡질팡한 중복과 말복 사이에서 이끌려 이곳으로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약수역 처갓집 백숙의 메뉴는 복잡하지 않고 단정합니다. 찐만두와 백수, 막국수 정도 그리고 만둣국은 겨울 메뉴입니다. 처갓집 백숙은 전반적으로 평안도 음식의 특징으로 담박하면서도 깊은 맛이 납니다. 주인 할머니가 평안도가 고향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넓적하고 도톰한 찐만두 (6,000원 5개)로 시동을 걸었다면 기름기가 쭉 빠져 말캉한 백숙을 마주할 차례, 가슴살은 퍽퍽하다는 편견을 깨며 이는 눈 녹듯 사라집니다. 스테인리스 받침대에 무자비하게 얹혀 대접을 받았던 닭백숙, 클래식한 이북 닭백숙은 남 의식할 필요 없이 무조건 반사로 집어 들어야 합니다.
다진 양념장, 고추 간장, 겨자 등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배합한 다음 콕 찍어 먹으면 됩니다. 닭백수, 별거 아닌 요리지만 충분히 내공이 깃든 요리이죠, 하얀 속살에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함께 느껴지는 담백함이란 이것이 진정한 백숙의 참맛입니다.
야들야들한 찜닭에 부추올리고 양념장과 겨자를 함께 섞여 살짝 찍어 시원한 무김치까지 곁들여 먹기, 클래식한 분위기를 맛으로 과감히 승부하였던 신당동 약수역 처갓집, 요즘 가끔 문을 닫는 경우가 있어 방문하기 전 꼭 연락을 하는게 좋습니다.
막국수 중에는 동치미 국물을 이용한 물막국수를 추천합니다. 수수하고 꾸밈없는 은근한 묘미인 약수역 처갓집 동치미 막국수도 함께 이 더운 여름 백숙의 이열치열에 시원한 마무리까지 해주면 딱 좋을 듯합니다.
강한 양념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평범하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담백함과 심심한 이북식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곳 취향에 저격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찜닭에 곁들여지는 부추가 시그니처가 됩니다. 양념이 세지 않은 막국수는 삼삼해서 건강해진 느낌도 받습니다.
처가와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나로서는 가까울수록 좋은 집입니다.
위치: 서울 중구 동호로 11가길 22
추천 메뉴:
백숙: 24,000원
막국수: 7,000원
찐만두: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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